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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2009년 5월 29일

어제 아침 6시30분 정도에 봉하마을에 들러 노무현 대통령 생가에서 조문을 하고 왔다. 나는 과연 누구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참으로 허황된 바램인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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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직접 본 노무현 대통령 생가. 집 주위에도 저보다 나은 집들은 넘쳐나건만 누군가에게는 집이 아니라 이곳에 있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못마땅한 삶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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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 오른 이후 여러 사람들이 모여 바라본 부엉이 바위. TV 화면에서 보던 것에 비해 그리 높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2009년 5월 22일

약 14년 전 아버지가 병환으로 생을 마치셨다. 난 그때 별로 울지 않았다. 그러다가 장례를 준비하는 도중 혼자 집의 소파가 잠시 앉아 있다가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내가 운 것 자식의 부모에 대한 사랑 때문은 아니었다. 난 아버지를 존경했지만 많은 점에서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 단지 나름대로 순수하게 사려고 했으나 당신의 소중한 이들에게 느꼈을 사랑의 탈을 쓴 배신감에 슬퍼했을 한 남자의 서러움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시간은 삶은 현실로 이끌어 주는 것인지, 점점 내 생각 혹은 마음 속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밀려났으며, 지금은 아버지의 사진을 보지 않는다면 기억 조차 나질 않고 있다. 가끔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잊혀진 서러움을 한탄한다. 사람의 짧은 생을 영원한 것처럼 혹은 영원할 것처럼 유혹한 종교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잊혀지는 존재가 되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이기에 살아 생전 온갖 추잡한 일을 서슴치 않고 하는 지 이해가 된다. 어느 덧 이런 생각을 하는 나의 삶도 이제 남은 생이 지난 온 생보다 길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시절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으면서 아버지가 생각났다. 본인들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아버지나 노무현 대통령이나 두 사람 모두 내 인생이 큰 변화를 주었다. 아버지는 잊혀졌지만 아마 이 분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난 오늘 교회에 가지 않는다. 그들의 가증스러운 사랑 이야기를 오늘 만큼은 듣고 싶지 않다. 아마 즐거워할 사람도 그 곳에 많은 같다. 법정 스님에 얼마 전 그랬다. 절에 교회에 왜, 무엇 때문에 가냐고? 한번이라고 생각해 보라고.

2008년 5월 17일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외할머니인 관계로 존칭은 생략). 나이들고서는 사실 외가와 잦은 왕래가 없었던 터였고, 딱히 슬프다는 생각도 들지는 않았지만 시골로 가야된다는 생각에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 걸 보면, 분명 가족이라는 것은 특별한 것인가 보다. 빈소가 경상북도 의성이라 처음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가니, 실제 운전 시간은 겨우 2시간 정도…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외가를 찾은 기억은 아마도 손가락으로 헤아려도 몇 손가락은 남을 정도였는데…

외할머니는 내가 학생 때, 몇개월 근처의 큰 이모집에 계시면서 함께 지내기도 했었다. 그 후로는 결혼 후에 한번 찾아 뵌게 전부인 것 같다. 난 이상하게도 친할머니와 달리 외할머니는 웬지 어려웠다. 전형적인 시골 아낙 혹은 할머니셨고 항상 자손들 걱정으로 가득하셨던 분이지만…

그런데, 난 오늘 처음으로 외할머니의 이름을 알았다.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고 궁금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망자란에 적혀진 할머니 이름을 보고 사뭇 이상한 느낌이 밀려온다. 아마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자손들은 외할머니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며 또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살아 생전에도 누군가의 당신의 이름을 직접 불러 준 적이 얼마나 될까?

갑자기 지금 이 순간 친할머니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외할머니에 비해 늘 기억하고 생각나는 분인데…, 어느 순간 내 기억에서 잠시(?) 점점 잊혀져 갔던 것이다. 이런 나쁜 놈… 아, 서러워라.

그가 남긴 것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세삼 힘든일이다. 하다못해 개인이 일기를 쓸 때에도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적지 않거나 혹은 미화하게 된다. 아마도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기록이 혹시 역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허망한 희망 때문일 수도 있겠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남긴 기록물이 800만건이 넘는다고 한다. 개인적인 메모까지 포함되어 있는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대단한 양이다. 개인 적으로 짐 정리를 하다가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록은 버리기 마련인데-물론 나중에 꼭 후회한다-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 상상하더라고 대단한다.

관련하여 청와대의 e지원(知園) 시스템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개발에 참여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부산 시장 선거에서 토론회에 나왔을 때, 당시 시정 운영에 관련하여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소개를 한 것이 기억나는 걸로 보아 최소한 나보다는 뛰어난 컴맹이 아닐까 상상된다. 그리고 그는 누가 시장으로 당선되더라도 시스템과 그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물론 그때 누가 당선되었는지 기억나질 않으며, 소프트웨어가 제공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사용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는 결코 놀지 않았습니다’ 선거에 지고 또 지고 하던 자신의 어려운 시절은 한마디로 표현해 준 멋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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