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스테이션의 부활 혹은 종말

1980년대를 데스크탑 시대로 만든것은 마이크로컴퓨터, PC 이전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이었다. 1980년대 PC는 아직 컴퓨터라기 보다는 타자기나 탁상용 계산기 혹은 업무 수첩을 대신하는 역할이거나 가정기 게임기의 역할이 중심이었다. 전통적인 컴퓨터의 도입 및 운용에 목적에서 보자면 PC는 이제 갓 걸음마를 마치고 걷기 시작하는 아이와 같았다. 그 시기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은 메인프레임, 미니 컴퓨터의 역할을 사용자의 책상 위로 옮겨 놓게 된다. 물론 개인 사용자를 위한 시스템은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된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의 시대는 1980년대를 지나 1990년대 최전성기를 누르게 된다. SUN, Apollo(1989년 HP에 합병), HP, DEC, SGI, IBM 등등 수 많은 컴퓨터 시스템 제조사들의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의 연구소와 학교 그리고 사무실의 책상을 차지하게 된다.

1990년대 후반 Intel의 Pentium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비롯된 PC 성능의 급속한 개선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을 가격대비 성능면에서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PC 워크스테이션, 퍼스널 워크스테이션에 등장하게 되고 2010년대를 지나면서 전통적인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IBM의 IntelliStation Power 185 그리고 SUN의 Ultra 45를 마지막으로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은 역사 속 공룡으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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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워크스테이션은 Intel의 X86 혹은 X64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하며 또한 선택의 여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Microsoft Windows나 Linux를 운용한다. 예외라면 Apple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시간 2017년 6월 6일 새벽 Apple의 새로운 iMac Pro라는 이름의 워크스테이션을 공개했다. Intel의 멀티-코어 Xeon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할 수 있으며 ECC 메모리를 128GB까지 장착할 수 있다. 워크스테이션 측면에서 유일한 의문점이라면 AMD FirePro가 아닌 Radeon Pro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Mac의 전통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CAD나 CAE가 아닌 DCC라는 점에서 합리적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불어 Thunderbolt 3 포트를 4 개가 장착했으니 멀티 디스플레이나 외장 그래픽스 지원 등 확장성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보인다. 어차피 워크스테이션에서 가격이 최우선 결정 요소되는 것 만큼 슬픈 경우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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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의 일체형 iMac이 등장한 이후 HP나 Dell에서도 일체형 PC가 등장했고 이어 HP의 Z1 워크스테이션까지 출시했다. 그리고 다시 Apple의 iMac Pro로 이어졌으니 Apple의 전략은 나름대로 성공했고 특정 영역의 시장을 확보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향후 일부 특정 영역을 제외하고 이러한 구성이 워크스테이션의 일반적 사양으로 이어진다고 볼 때 마침내 수십 년에 걸친 워크스테이션(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 및 PC 워크스테이션)이 PC와 통합되는 시기가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미 CATIA, Creo 그리고 NX 등의 하이엔드 3D CAD 시스템은 Geforce나 Radeon과 같은 일반 PC 수준에서의 그래픽스 서브 시스템에서도 대부분의 경우 무난하게 구동된다. 결과적으로 더 이상 엄격하게 워크스테이션과 PC를 구분할 물리적 기준은 사라졌다.

비록 제조사 입장에서 워크스테이션이 PC에 비해 많은 이익을 보장하기는 하지만 이전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 시절과 같은 전설의 시대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HP도 워크스테이션을 직접 제조한다고 할 수는 없다. IBM의 워크스테이션 사업을 매각한 지 오래이고 Dell의 경우는 어쩐지 모르겠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을 제조하던 이들의 입장에서 현재의 워크스테이션은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나 그저 좀더 비싼 PC일 뿐이다.

HP에 이은 Apple의 대응에 대하여 Dell이 어떻게 반응할 지 궁금하다. 어떤 결과이든 이제 워크스테이션 시대의 낭만은 역사의 한 흐름만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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