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혁명의 중심으로.. ?

갑작스러운 옛 추억이 밀려오며 포스팅에서 몇가지 생각을 적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컴퓨터를 가지게 된 것이 1986년경이었다. Apple II 호환(불법!) 본체와 모니터만 이었고 한참을 지나서야 보조기억장치로는 그나마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플로피 드라이버에 대한 간절한 소망은 대학 입학 선물로서야 이뤄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결코 넘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벽이 있었다. 바로 프린터였다. 지금처럼 일상 업무 자체가 프린터를 통하여 이뤄지는 시기가 아니었으니, 당시 프린터는 지금의 가상현실이나 3차원 프린팅 못지 않은 또 다른 세계의 현실을 맛볼 수 있는 장치였다. 그럼에도 개인용도의 보잘 것 없는 품질의 도트 프린터 조차 수 십 만원에서 백 여만을 훌쩍 넘었다. 지금에야 잉크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프린터도 넘쳐 나는 현실이지만, 그 시절의 프린터는 모니터 속의 2차원 세상을 현실의 3차원 세상으로 이어주는 2.5차원의 연결도구처럼 느껴졌으며 프린터만 있다는 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개인적인 측면에서 그 모든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았고, 그 사실은 10여년이나 지나서야 인정하지 않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난 온전히 내 돈 주고 프린터를 산 적은 없었다.

학위 시절 어느 날 내 선생이 지역의 다른 대학의 박사과정 학위 논문 심사를 하러 가는 길에 동행했다가 우연히 RP(Rapid-Prototyping)에 관한 내용을 보게 되었다. 당시에는 신기하게도 흥미롭게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하물며 효용성없는 학술적 내용으로 생각했다. 그때 내가 했던 질문은 ‘F’를 왜 눕혀 만들지 않고 세워 만들어서 이런저런 구조적 문제를 만드냐였고, 그 분은 네 질문의 수준이 너무 낮은 탓인지는 몰라도 내가 원하는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아마 그 일은 대략 2000년 전후 정도로 기억된다(학위 심사가 통과되었을 것이니 누군지 찾아 볼까 싶기도 하).

그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내가 담당하던 학과의 CAD 실습실에 RP 기계가 설치되었다. 물론 그 기계를 제대로 사용해 본 것은 또 한참이 지나서 였다. 그렇더라도 요즈음 대세(?)가 된 3D 프린팅에 대한 경험은 남들보다 그리 늦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겐 별 관심의 대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범위도 제한적이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고 또한 재료비가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소형 밀링 머신을 사용하는 데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프린터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환상의 세상이 말 그대로 환상 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3D 프린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기대를 가진 것이 아닌가 싶다. 혹은 어느 순간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손을 느껴보고 싶은 욕망을 사라진 것이 아닐까도 생각한다.

또 다시 10여년이 넘은 지금, 관련 분야난 잡지 등은 온통 3D 프린팅에 대한 내용으로 넘쳐나고 있다. 정부에서도 엄청난 지원금액으로 새로운 과제 대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후회나 아쉬움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또 내가 외면했던 한 세상이 결국 오고야 말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환성은 정말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될 것 같다. 현재 철강 업계에서 종사하는 나로서 3D 프린팅이 소성 가공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많은 기술적 문제로 먼 미래의 일로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철강 재료를 이용한 3D 프린팅 연구에 대한 논문을 접하면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정말 이제 꿈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인 현실로 그것도 내 예상보다는 너무 빨리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어느 순간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나 스스로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 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우연인지 아는 지인으로부터 3D 프린팅에 대해 문의 전화가 왔다. 나(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 세상이 다 알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든 직업적으로든 그리고 산업적으로든 또 다른 변화가 이미 시작된 것 같다. 그리고 정말 그것은 아마도 혁명이 아닐까 싶다. 더하여 개인적으로 관심이 적은 탓인지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또 다시 변화의 변두리에 서 있는 내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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