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Upon A Time

우연히 책상 한쪽 위에 놓여있던 잡지 ‘한국 썬 소식 – 1997년 11월호’에 손이 가게 되었다. 몇 달전 이래저래 물건을 옮기다 예전에 모아 놓은 뭉치 중 하나가 그대로 놓여 있다. 정말 몇 달이 지나도 청소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1997년이면 지금부터 14년전이다. 얼마전 Oracle과 합병된 SUN이 바라보던 세상은 어땠을까? 역시나 잡지의 표지에는 ‘The Network is The Computer’라는 SUN만의 등록된 구호가 선명한다. 이 당시는 아직 컴팩이 HP에 인수되기 한참 전으로 DEC를 인수하기도 전이었다(컴팩은 1998년 DEC를 인수했다). 200MHz의 Pentium Pro가 등장하면서 Windows/Intel 동맹이 서서히 UNIX가 장악하고 있던 서버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었다;물론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아직도 486 PC들이 대세인 시기였다. 때문에 SUN에 있어 가장 큰 경쟁대상은 컴팩이었다; Dell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눈에 띄지않고 있던 시기였다.

컴팩은 Pentium Pro에 기반한 Proliant 6500/7000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X86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곧 SUN은 엔트리-레벨의 E450(Enterprise 450)을 발표하면서 UNIX 서버의 강력함과 신뢰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E450은 네 개의 Ultra Sparc II 프로세서와 4GB 메모리를 장착하고 최대 20개의 UltraSCSI 하드 드라이브를 운용할 수 있었다. 운영체제는 Solaris 2.5.1이 탑재되었다. Proliant 서버의 스펙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성능이나 사양그리고 운영체제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당연히 이 책에도 intel X86 프로세서와 Windows NT를 비아냥거리는 많은 문장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엔터프라이즈 레베려에서의 Oracle과의 전략적 동반자로서 SUN의 인식도 잘 나타나 있었다(그래서인가 결국 Oracle이 SUN을 인수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후 DEC를 인수한 컴팩은 HP로 인수되고, PC 시장에서는 Dell이 선두로 등장하여 HP의 PC들과 경쟁한다. 그리고 SUN은 얼마전 Oracle로 인수된다. SUN과 Solaris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소개로 가득한 소식지의 밝은 미래와는 달리 Microsoft의 Windows는 세상을 완전히 뒤덮었다. 특별한 것 없는 컴퓨터 시장의 이야기이지만 내가 이 소식지를 보면서 가장 눈에 띄인 것은, 이 당시 이래저래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Apple을 SUN이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난무하던 시기였다. 만일 스콧 맥닐리가 이시기에 정말 미친척하고 Apple을 인수했다면 또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싶다. UNIX 기반의 Mac OS X로 다시 부활한 맥킨토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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