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표절

뉴스를 보니 또 웬 인사가 자기 표절에 휩싸였다. 정말 하나하나 인물하고는. 아마 분명 그 사람이 자기가 그렇게 뛰어난 인물로 선택될 것으로는 생각치 못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다른 걸 다 떠나서 그 사람은 목놓아 항변하고 싶을 것이다.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논문이나 저서 등의 자기 표절이란 생각하기 따라 단순하고 혹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남이 아닌 본인 자신이 이미 언급한 내용을 다시 본인의 사용했다고 해서 그것이 문제가 된다면 억울한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일부러 외면하는 몇가지 중요한 사안들도 있다.

일단 이런 말을 내뱉는 나 역시 표절 혹은 자기 표절이라는 죄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내가 자기 표절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도 최근 몇년 사이였다. 사회적으로 자기 표절이 이렇듯 문제가 되는 것도 우리의 선배들이 그 동안의 피땀으로 쟁취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나의 경우, 나이가 30대 중반이 지날 때까지 자기 표절의 심각성 내지는 글자 그 자체를 아무도 나에게 제대로 언급해 주지 않았다. 지금도 학술대회발표 시즌에 즈음하여 주위 선생들은 발표거리를 찾고 있다가 특별한 것이 없으면 학생들더러 예전 발표한 거 적당한 손봐서 새로운 제목으로 내놓으라고 한다. 문제는 학생들은 그것을 당연한 연구의 한 과정으로 받아드리고 생각없이 실행한다는 것이다. 본인의 지도 선생이 시키는데 또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뭐 사실 국내 학계에서는 학술대회발표 정도에서의 발표 내용의 재탕, 삼탕은 사실 애교 정도로 봐 줄 수 있는 정도나 학위 과정생의 실수와 같은 연습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결과는 당사자에게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그 학생은 결국 자기도 자기 표절이라는 것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인식하게 된다. 물론 이미 늦은 후회이다.

표절이라는 어떠한 사실이나 주장의 근거를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때문에 자기 표절도 분명 표절이 될 수 있다. 특히 논문 등에서 내용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거나 관련이 있는 부분이라면 반드시 참고문헌에서 그 인용 사실을 언급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새로운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좋은 기반이 된다. 그럼에도 이런 저런 표절, 자기 표절 등의 말로 고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경우 대개는 언론에서도 언급하는 실적 부풀리기가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논문과 같은 연구 실적을 양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이미 공개한 내용을 적당히 유사한 이름으로 바꿔 다시 공개하는 경우라면 이전에 언급되었던 내용을 인용했다고 표시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것이 그 논문의 핵심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이도 이 땅에서는 그러한 일은 만연되어 일상화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혹은 일반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에 오랜 시간과 정열을 투자하여 논문이나 서적등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사실은 원저자나 자신을 위해서도 언급되어야 하고 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최근 나의 논문 평가에 대한 기준이 점점 얼마나 많은 참고 논문들의 연구 결과가 그 논문에 포함되어 있느냐 즉, 참고 문헌의 수가 얼마나 많으냐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논문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사실이나 우리가 알지 못했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제대로 된 논문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분야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그렇더라도 한 개인이 꾸준하게 양적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나름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전에 이미 발표한 내용과 완전히 구분되도록 새로 쓴다는 것은 더욱이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의식적이나 무의식적으로나 자신이 이미 언급했던 내용을 새로운 내용인양 발표하는 유혹이 빠진다. 자기 표절이라는 것은 나를 포함한 많이 이들이 실수라고 변명하고 또 이 사회에는 그것을 인정하는 식으로 흘러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결과는 변함이 없다.

결론적으로 자기 표절이란 양심과 욕망 간의 싸움의 결과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얼마전 논문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역시 변명인가.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살기는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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