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정치 – 디지털 펫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 불어 닥친 다마고찌 열풍이 당연히 국내를 강타했다. 워낙 인기가 좋아 별의별 유사한 이름의 모방품 이름에 한참을 웃은 기억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당시 생각에는 그저 단순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의미를 가진 장난감 정도로 여기며 놀 시기가 지난 내 세월 탓으로 자위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이러한 류의 장난감 혹은 놀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어른들의 세상에서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월드 와이드 웹에 기반한 새로운 인터넷 세상으로 이러한 놀이를 웹 환경으로 접목되었다.

10년 이상 지난 지금, 이제 누구나 원한다면 자신 만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다마고찌를 가지고 놀 수 있으며 다른 성향의 애완 동물을 학대할 수 있는 세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물론 웹 서비스 상의 애완 동물 키우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인터넷이란 공간에 주인없이 뛰노는 이들은 단순한 장난감 수준이 아닌 매우 심오한 철학이나 이념을 가지고 노는 정치적인 성향을 가진 애완 동물들이다. 실제 애완 동물이나 다마고찌와는 달리 이 놈들은 주인없이 방황하기 때문에 키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냥 길가에서 지나는 개를 쳐다 보듯이 혼자 뛰노는 것을 보거나 아니면 나름 애정이 있다면 녀석이 심심치 않게 시사적인 먹을 거리를 던져 주면서 덥석 물어 주기를 바라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지루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요즈음과 같이 흥미진지한 정치적 혼란기에는 웹 서핑 중 이런 친구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시사적인 내용에 대하여 내가 쓴 글이나 덧글에 보이지 않게 감춰 놓은 떡밥을 보기 좋게 물어 버리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나름의 논리가 확고한 이 녀석들은 여지없이 떡밥을 보자마자 물기 마련이고,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뼈다귀에 매우 만족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마고찌는 실제 애완 동물처럼 상당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많은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지만, 현재의 수 많은 디지털 펫은 내가 굳이 먹을 거리를 던지지 않아도 온 인터넷의 웹 세상을 떠볼며 스스로 찾아 배를 채우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도 최대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놈이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어차피 그렇고 그런 수준의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서로에게 우리는 디지털 펫이 되고 내가 먼저 물었냐 그가 먼저 물었냐는 그 생각 자체로 서로를 낚고자 하고 있다. 더 이상한 것은 스스로 던지고 스스로 무는 짓도 한다는 것이다.

PS. 세상은 내 기대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변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변화를 강요한다. 난 1990대 초중반 2400BPS 모뎀으로 데이콤 천리안을 통하여 모자이크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여 인터넷에 접속했다. 첫 방문지는 야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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