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사고

스스로 혹은 남에게 내 삶을 표현하고큰 문장에는 ‘효율적’ 그리고 ‘합리적’이라는 말이 자주 들어 간다. 물론 그렇다고 내 인생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옳은 지 그른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고자 노력한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지난 주 검사한 내용을 확인하고 향후 계획으로 논의하기 위해 다시 서울대학교병원을 찾았다. 운전해서 가기 힘들어 이번에는 그냥 KTX를 탔는데, 역방향이라서 그런가 아님 3시간도 이제 지겨웠는지 썩 상쾌한 몸은 아닌 것 같다.

지난 번 진료에도 썩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 주었던 이 조모 할아버지. 몇마디하더니, 부산대학병원에서와 동일한 치료 방법 (물론 복약 수는 2 개에서 1.5 개로 줄었지만)을 제시했다. 나는 그러자고 끄덕끄덕했다. 그리고 아내가 부산대학병원에서 제시한 향후 치료 방법에 대한 내용을 문의하자, 그도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왜 그럼 그 방법을 제시하거나 언급이 없었냐고 묻자, 한국인들은 합리적이지 못해 의사가 하는 말을 안듣기 때문에 그냥 얘기 안 했다고 한다 – 뭐 이런, 그리고는 당신도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지 않느냐고 한다. 난 아무말도 안하고 듣기만 했는데, 단지 그냥 딴 방법이 뭐냐고만 옆에서 물었는데. 자기가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은 그리고 난 존재조차 모르는 방법을 내가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합리적이지 못하다. 미치겠다. 갑자기 썰렁한 분위기라 웃기조차 거북하다.

그리고는 갑자기 광우병 이야기로 진행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못해 지금의 소모적인 논쟁이 있으며, 의사들(그 사람의 주장이지만)은 국민들의 이러한 관심이 우습기만 하다고 한다. 차라리 제주도에서 뒤진 (그 할아버지 표현 그대로) 사람들 문제를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냐고 한다. 미국인들은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합리적인 국민이기 때문에. 그래서 어쩌라고? 그걸 왜 자신의 환자인 나한테 묻는데. 옆에 있는 간호사와 다른 의사도 광우병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에 짜증이 밀려오는 인상으로 나의 반응에 민망해한다. 아마도 그들도 오전 내내 그 이야기로 얼마나 시달렸을까. 잠시 썰렁한 공기를 인지했는지, 다시 나의 선택의 기회 조차없었던 비합리적인 선택을 추궁(?)하는 말을 쏟으며, 한국인은 역시나 어쩔 수 없는 인간들이라는 말투와 표정으로 그냥 다음 환자를 부르라고 한다. 정말 나이든 할아버지만 아니면 그냥 한바탕하려다가 쓴 웃음을 지으며 참았다.

그는 관련 분야에서 나름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한다(물론 존경이라는 단어가 그런 인간에게 어울리는 단어인지는 나 자신도 모르겠다). 다만, 다른 이들에 비해 실력이든 운이든 더 나은 확률적인 성공률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나 역시 그래서 멀리서부터 찾아간 것이니. 하지만 그에게 있어 스스로 자랑하는 합리적인 사고의 기준이라는 것은 아마도 자기나 자기 부류의 뜻의 무조건적 옳음에 대한 맹신과 추종인 것 같다. 또한 그러한 합리적 기준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스스로의 자부심 혹은 오만에 의해 일어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가 보기에 나의 내 증상에 대한 걱정이나 혹은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무식(!)한 이가 가져서는 안되는 호기심이나 관심으로 치부하는 듯 하다.

병원을 나서며 나에 의문 자문한다. 그의 행동이 어쩌면 나의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도 저렇게 사람들은 대하면서 스스로 자위하고 있지 않을까? 혹여 지금까지 학생들이나 다른 이를 대하며 나 역시 그런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

0과 0에 무한히 수렴하는 값은 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같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지 모르겠다. 많은 수학적 이론들이 그러한 내용에 기반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의 로또가 가진 당첨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도 차이는 극명하다. 다른 하나는 분명 100% 당첨되지 않을 것이니… 난 우리나라의 로또 당첨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이 정말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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