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GL’ 태그가 지정된 글
HP Visualize FX5
내가 1992년 정도에 처음으로 HP-UX 기반 HP 9000 시리즈의 700 모델 워크스테이션을 만지게 된 이유는 3D CAD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PC는 인텔의 80386가 주력이었으며 80486이 등장하여 퍼지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그때만 해도 PC에서는 그래픽 가속보드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3차원 그래픽스 작업을 위하여서 당연히 UNIX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용한 720 워크스테이션에서는 CRX라는 8-비트 그래픽스 가속 보드가 장착되어 있었다-실제로 3차원 그래픽스는 위해서는 CRX-24나 CRX-24Z 등이 요구되는 어플리케이션이 많았던 상황에서도 도입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 CRX는 CRX-24로 업그레이드되었고 Z-Buffer를 따로 추가하여 최종적으로 CRX-24Z로 완성되었다. 그렇더라도 이미 720 시스템 자체가 워낙 구형이었고 어플리케이션은 물론 운영체제 구동에서 한계가 있어 특별한 존재가 되지는 못하고 결국 폐기되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시스템은 거의 10년을 쉬지 않고 작동하다가 전원 불량으로 몇번의 교체를 거듭하다가 마무리되었지만 나 자신이나 인생에 있어 잊을 수 없는 기계였다.
HP 9000 시리즈의 300/400/700 모델 워크스테이션은 이러한 독자적인 그래픽스 엑셀러레이터뿐만 아니라 Starbase라는 HP 고유의 3D API를 운용했다. 물론 PHIGS나 PEX 등의 표준 3D API도 지원했지만 HP 시스템에 한해서는 PEX보다는 Starbase를 이용하여 포팅된 어플리케이션이 더 많았다. 그래픽스 엑셀러레이터도 CRX 시리즈에 이어 Hyper-CRX, Visualize 등의 새로운 모델로 이어졌다. 이 당시 3D API는 표준화에 대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표준 3D API인 PHIGS는 높은 가격으로 인하여 제품 개발사가 아닌 경우에 제대로 운용해 보지 못했고, 이어 등장한 PEX의 경우도 PHIGS의 원죄로 인하여 그 한계를 넘을 수 없었다. 때문에 HP 시스템에서는 그나마 Starbase가 어느 정도 사용되어 질 수 있는 정도였다. 물론 이것도 정식 개발 툴 킷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라야 가능했다. 이 와중에 SGI의 OpenGL은 이미 3D API의 새로운 표준으로 등장하여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고 PEX나 Starbase 등은 말 뿐인 표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또한 SGI, HP와 Microsoft는 Fahrenheit라는 새로운 통합 3D API의 등장을 예고하기 많은 개발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시장에 제대로 등장하지는 못하고 OpenGL은 표준으로서 자리잡게 된다.
결국 HP도 결국 자신들의 Starbase와 X-Windows Systems의 PEX와 함께 업계 표준으로 인정받는 OpenGL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Visualize FX 시리즈 그래픽스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한다. Visualize FX2/FX4/FX6 모델로 구분되었고 FX6에는 텍스쳐 모듈을 장착할 수 있었다. 또한 Pentium II/III 기반 퍼스널 워크스테이션인 Kayak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이들 시스템에도 AGP/PCI 방식으로 Visualize FX 그래픽스 엑셀러레이터를 적용하면서 Visualize FX4/FX6를 탑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전 HP-UX 기반 워크스테이션에서 이전의 모든 그래픽스 엑셀러레이터는 EISA나 GSC 방식이었으나 Visualize FX5/FX10는 PCI-X와 AGP 방식으로 출시되어 UNIX 워크스테이션과 퍼스널 워크스테이션에 적용되었다.

HP Visualize FX5/FX10는 HP-UX 워크스테이션과 Kayak 퍼스널 워크스테이션 모델들 모두 HP의 64-bit PA-RISC 프로세서를 2개/4개를 장착하고 64MB/128MB의 그래픽스 메모리를 탑재했다. 하지만 Kayak 퍼스널 워크스테이션용의 인터페이스가 AGP 2X용으로 개발되었다. 때문에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 곧이어 출시된 AGP 4X 슬롯에는 장착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로 인하여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HP도 결국 Visualize FX5/FX10의 개정을 진행하지 않고 또한 새로운 그래픽스 엑셀러레이터의 개발없이 nVidia와 ATI 그리고 3DLabs의 OpenGL 액셀러레이터를 장착하고는 새로운(?) LeaderShip Graphics Program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그래픽스 서브-시스템 개발을 포기한다.
FireGL 1000 Pro
생의 어느 순간 3D CAD 관련 전공 및 업무를 진행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3D API에 대한 이론과 정보를 다루게 되고, 결국(본의는 아님) OpenGL로 귀결되었다. 이어서 OpenGL 기반 그래픽스 어플리케이션을 보다 빠르게 구동하기 위해 점점 더 높은 성능의 그래픽스 서브-시스템을 탐하게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지만 나의 OpenGL 그래픽스 엑셀러레이터에 대한 욕심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Diamond Multimeida의 FireGL 시리즈에 대한 최초의 관심은 1997년 정도에 학교에서 새로운 그래픽스 카드를 선정하려고 할 때 였다. 1997년은 Intel의 새로운 Pentium 프로세서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운영체제에서도 Windows 95와 Windows NT 4.0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자 Windows 3.X 시절과는 달리 PC에서의 3D 그래픽스 기반의 고성능 어플리케이션 구동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그래픽스 카드 즉 3차원 그래픽스 가속보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당시 PCI 슬롯 기반으로 새롭게 FireGL 1000,2000, 그리고 4000 모델이 고성능 3차원 그래픽스 가속보드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고 FireGL 2000이나 4000 모델은 너무 고가였기 때문에 그에 비해 3~4십만원 선에서 구입이 가능한 다행히 FireGL 1000을 선택할 수 있었다. 구매 요청 후 실제로 들어온 제품이 새로운 Fire GL 1000 Pro라고 꽤나 기뻐했던 기억도 난다. Fire GL 1000 Pro에는 TrueSpace 3D SE 등 여러 3차원 그래픽스 어플리케이션과 유틸리티 들고 함께 번들로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솔직히 그때까지만해도 그래픽스 카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라고는 ATI나 Trident 등 공급사나 그의 브랜드 정도만이었고 그래픽스 칩셋이나 다른 하드웨어 사양은 거의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한참이 지난 이후 Fire GL 1000Pro에 사용된 그래픽스 칩셋이 3DLabs의 Premedia2였다는 것을 알고 역시나 꽤나 놀랬다.

지금와서야 그때의 흥분에 쓴웃음을 지어보지만 당시 Fire GL 1000/1000 Pro는 당시 PC 환경에 새로이 등장한 OpenGL을 지원하는 강력한 3차원 그래픽스 기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고가 제품임에 분명했다. 실제로 Fire GL 시리즈의 등장으로 OpenGL은 Windows NT 기반의 퍼스널 워크스테이션의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일에 크게 공헌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진은 Diamond Multimedia가 발매한 Fire GL 시리즈의 첫 모델인 Fire GL 1000/1000 Pro의 AGP 버전으로 3DLabs의 Permedia 2 그래픽 칩셋과 8MB SGRAM을 장착하고 있다. 처음에는 FireGL 1000/3000/4000과 같이 PCI 버전으로 발매되었으나 Fire GL 1000의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했기 때문에 AGP 인터페이스의 등장과 함께 AGP 버전으로 추가 발매되었다.
PS.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3DLabs는 애초 Premedia 2 그래픽 칩셋을 OpenGL 기반 3차원 그래픽스 엑셀러레이터를 위해 개발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또한 Fire GL 시리즈를 발매한 Diamond Multimedia는 한국인 이종문 선생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한다.